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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08.04.01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

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

keep 2008. 4. 1. 17:19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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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


가난한 내가
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
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

나타샤를 사랑은 하고
눈은 푹푹 날리고
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
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
나타샤와 나는
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
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

눈은 푹푹 나리고
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
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
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
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
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

눈은 푹푹 나리고
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
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



마가리 : 오막살이
고조곤히 : 고요히, 소리없이






오늘 교보문고에 갔다가 이 시를 보게되었다.
참으로 오랜만이다.
언젠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
국어책에서 '여승女僧'이란 시와 '여우난 곬족'이란 시를 읽으며
이토록 훈남이 시도 참 잘쓴다라는 생각을 했다.
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.
국어 선생님이 이 시를 들려주었던 그 때의 난
아무런 생각도 뜻도 알지 못했다.
좀 더 크면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.
그리고 그 날이 오늘이 되었다.




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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